컬러가 돈과 연관된다고 얘기한다면 웬 뚱단지 같은 소리냐며 핀잔을 줄지 모른다.
하지만 단언하건데 돈이모이는 색상은 분명히 존재한다.
‘부자’나 ‘돈’이라는 말에 정신이 반짝 들고, 그게 무슨 색깔인지 궁금해졌다면
해답을 얻기 전에 먼저 자신의 지갑을 꺼내 무슨 색인지 살펴보시라.
아마 남자라면 대개 검정 또는 갈색 계통의 지갑을 지니고 다닐 것이고
여성이라면 한동안 돈이 모이는 색이라고 해서 인기를 끌었던 붉은색 계통의 지갑도 있을 것이다.
먼저 검정 지갑을 가진 분은 구두쇠에 속한다.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항의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다 근거가 있는 소리다. 지갑은 돈이 나가고 들어오는 곳이다.
그런데 검정은 좁고 각지고 불편하고 딱딱한 느낌을 주는 색이다.
검정은 그처럼 강한 개성으로 돈의 흐름을 막는 색인 것이다.
검정 지갑에는 돈이 한 번 들어오면 도무지 나갈 줄을 모르게 되는 경향이 있다.
돈이 나가지 않으니까 부자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신다면
학교 다닐 때 배운 ‘자본주의 경제’의 특성을 상기해 보시라.
유통되지 않는 금전은 죽은 돈이고 이윤을 창출하지 못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움켜쥐고 있는 사람보다는 잘 굴리는 사람이 부자가 된다.
검정 지갑을 선호하는 타입은 일단 들어온 돈은 무슨 일이 있어도 꺼내지 않기 때문에
모처럼 돈을 불릴 기회가 있어도 놓쳐버리게 되고
주위로부터 인색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기 때문에 돈은 융통하는 재주를 갖출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부자가 되기 어려운 타입이라고 하겠다.
반면에 돈을 잘 쓰는 사람은 대체로 갈색 지갑을 지니고 있다.
갈색 지갑은 ‘방만’과 통하는 색으로서,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많아 금세 텅 비고 만다.
분실물 보관센터에 접수되는 지갑 중에서 갈색이 으뜸이라는 통계도 있다.
하루 종일 꺼냈다 넣었다 하니까 당연히 잘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헤프게 쓰고 잘 잃어버리면서 돈을 모으기는 참으로 어렵다.
갈색 지갑을 선호하는 타입은 이런 이유 때문에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 맞지 않고 항상 빈털터리인 경우가 많다.
흙처럼 물을 빨아들여서 돈이 찬 적이 없는 빈 지갑으로 다니기 일쑤다.
빨간 지갑도 마찬가지다.
염색과 직조 기술이 발달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빨강이 귀족과 부자의 색이었다.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만이
순수하고 빛나는 색을 몸에 감고 소지품으로 가지고 다닐 수 있었다.
특히 빨강은 색소의 가격도 비쌌고 염색 과정도 까다로웠기 때문에
돈 많은 귀족들만이 누릴 수있는 사치였다.
이런 배경 때문에 빨강이 금력과 권력을 불러들인다는 미신이 나온 것이다.
권력과 금력을 독점하고 싶었던 왕들은 신하들에게 빨강을 금지하고
신분에 걸맞지 않게 빨강을 쓰면 사형에 처했다.
오늘날에도 부유하고 사치스러운 공간에는 빨강을 쓴다.
부자들이 모이는 오페라하우스나 호텔 바닥에양탄자를 까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이렇듯 빨강은 이미 부자인 사람이 그것을 과시하기 위해서 쓰는 색이다.
다시 말해 이제부터 부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색은 아니다.
이처럼 빨간 지갑은 과시적인 소비에 빠져들어 문자 그대로 적자 지갑이 되기 쉽기 때문에
역시 돈이 모이는 지갑은 아닌 것이다.
그러면 돈이 모이는 지갑은 어떤 색일까?
정담은 초록이다. 초록 지갑은 금전운을 높여줘서 묘하게도 지출 이상으로 수입이 생긴다.
초록은 깨어 있는 색이고, 노랑이 들어 있기 때문에 생성의 색이며,
싹이 트고 결실을 맺는 봄의 색이다. 봄은 성장을 의미한다.
또 초록은 여기서부터 파생된 의미로 번영을 나타내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일생을 통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사람을 ‘
초록 가지를 한 번도 손에 잡아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초록 지갑은 부와 번영의 상징이다.
봄에 식물이 성장하고 잎이 무성해지듯이 초록 가지 아니 초록 지갑 속에서 돈도 늘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치를 깨달은 분들 중에서는 복권을 반드시 초록 지갑에 넣어둔다는 복권 매니아도 있고,
점포의 금고만은 반드시 초록으로 하는 자영업자도 있다.
지구촌에 유통되는 화폐 색깔의 70%이상이 초록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고액 지폐인 1만원권의 색깔도 초록이고,
미국의 달러도 초록을 주조색으로 하기 때문에 그린 백(green bag)으로 불린다.
초록은 풍성한 자연의 상징이고 자연은 가장 훌륭한 인간의 자산이자 부의 원천이다.
초록의 이런 특성을 감안한다면, 사업을 할 때 경리는 초록을 즐기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록은 자족적이며 중립적인 색이다. 팽창을 요구하지 않으며, 화가 칸딘스키의 말처럼 스스로에 만족한다.
그래서 초록을 좋아하는 사람은 남녀 모두 솔직하고 성실하며 도덕성이 강한 편이다.
품위가 있고 겸허하며 여간해서 그릇된 일을 하지 않는다.
경리나 재무관계의 일에 딱 맞는다. 게다가 초록 지갑에는 돈이 모인다고 하지 않는가.
사장 본인도 모르게 회사가 부유해지는 ‘기적’을 맛볼 수도 있다.
한데 이는 기적이 아니다. 솔직하고 도덕성이 강한 사람이 경리관계 일을 맡는데 어찌 돈이 달아나겠는가.
다만 ‘초록맨’은 너무 솔직한 나머지 타인에게 이용당할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것은 잊지 말도록.
이상희, 컬러 카리스마, 늘푸른 소나무, 2003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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